2020.3.15
욕망으로 산다는 것.
복싱이 재밌다. 토욜날 철학쌤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했다. 친구가 찍어준 영상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한다. 내 움직임을 보는 게 너무 재밌다.
이전의 삶은 ‘할 수 있다.’ 의 삶이였던 것 같다. 해야만 하는 것들 앞에서 ‘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최면을 걸어서 버티는.
요즘은 ‘잘하고 싶다! 잘하고 싶다! 잘하고 싶다!’ 를 외며 산다. (꽤 효과적이다.)
관장님에게, ‘저 잘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잘 보이려고 한 말이 아니라 정말 잘 하고 싶어서 자연스레, 잘 하고 싶다는 큰 마음이 말로 나왔다.
관장님은 매일 안 빠지고 나온다면서, 농담처럼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한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하고 싶은 걸 한다. 그러다 보니 하기 싫은 걸 해야 해도 그렇게 괴롭지 않다.
그 하기 싫은 것들이(ex 돈버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해주니까.
더 큰 욕망이 다른 걸 누르기도 한다. 복싱을 할 때 내 살들이 무겁게 느껴져서 싫었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싶은데 몸이 무거운 느낌이다.
이 얘기를 했을 때 철학쌤이 감량 힘들텐데, 라고 했다. 보통 내 관성 상 ‘전 맘 먹으면 할 수 있는데요?’라고 했을텐데. 살빼는 건 나도 정말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 그렇긴 하지.. 하고 말았었다. 근데 음식이 있어도 복싱 생각이 나니까 적게 먹게 된다. 먹고 싶은 거 먹긴 하는데 배고파 죽을 거 같지 않으면 먹다 말게 된다.
2키로 정도가 빠졌다. 체력도 늘었겠지만 줄넘기가 가볍게 돼서 넘 좋다.
들뢰즈를 공부하면서 배운 것처럼 욕망. 욕망이 모든 걸 만드는 것 같다. 욕망에서 삶이 열린다는 게 느껴진다. 욕망을 밀고 나갈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 건, 욕망을 밀고 나가면 힘이 들지 않는다는 거다. 심지어 즐겁다. 인생은 고(행) 라는데, 그냥 살아지는 느낌이다.
그냥 그럴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흘러가게 두는 것. 하고 싶은 게 없어도 이전처럼 불안하지 않다. 그냥 내 욕망이 그렇지 않다는 거니까.
그러다 또 언제 생길테니까. 현재 운 좋게, 나를 둘러 싼 환경이 평화로운 것도 사실이다. 그 덕도 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은 많이 사라져서 가능한 것 같다.
미래에 무슨 일이 있을까? 모르겠다 솔직히. 걱정도 없고 확신도 없다. 관심이 많이 없어졌다. 그냥 당장 있을 내일이 기대되고 설레면 충분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설렘은 오늘의 욕망이 만들어 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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