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9
돌아보면 난 참 많이도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근데 내가 어디가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
시작을 모르니 어디 쯤인지, 어떤지 모르니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갈지도 모른 채 혼란스러운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나의 용기는 모두 객기였다고 생각한다. 멋 모르고 뛰어드는 객기.
용기는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인데, 객기로 뭣도 모르고 깡만 가지고 확 뛰어들고 확 데이고 확 퍼지고 했었다.
번지점프를 처음 했을 때처럼, 그 때 존심도 있고 쭈뼛거리기 싫어서 깡으로 뛰었다. 뛰고 알았다. 개 무서웠다. 그럴 줄 몰랐다.
두 번째 뛰어야 할 때 첫 번째 보다 훨씬 무서웠다. 뭔지 아니까.
나는 최선을 다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최선을 다했을 때 후회 없이 잘 살 수 있을텐데, 내가 생각했던 나의 최선들이 최선이 아니었다고 생각이 들어 괴롭다.
내가 생각했던 나의 최선은 순간들 뿐. 순간의 한 번의 최선은 최선이 아니라는 걸. 한번 밤샜다고 한번 참았다고 한번 비싼 거 사줬다고.
엑셀을 밟았다가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경박하게 토 나오게 산 것 같다. 최선을 다한다는 건 세월을 담는 일이라는 것. 좋아하는 일도 사랑도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혼을 담아 달릴 때 세월은 순간이 되어 불타고 더 살아있게 살아 의미가 될텐데. 원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 지 할 수 있을 지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해 본다.
복싱 스파링이 정말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잘 하지도 못하고 처 맞기만 하고 ‘이게 뭔 의미가 있나’ 싶으며, 아 괜히 이딴 걸 시작해서 시발시발 하면서.
근데 처 맞아도 쪽팔려도 어떤 일이 링 위에서 일어나는 게 낫다. 링 위에 올라서는 걸 피해버리면 내가 너무 싫어진다. 이런 마음으로 해서는 잘할 리 없다는 걸 안다.
그치만. 그래도 했잖아. 라는 위로라도 취하고 싶다.
2개월 차 드러머가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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