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게 산다는 것

살아있음 Alive.

 

나에게 살아있다는 것은 그저 숨을 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사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싶다.

머리로 세상을 분석하고 이성으로 삶을 이해하려 했다. 삶은 분석되는 것이 아니었다.

진정으로 살아있는 순간을 느끼면서, 삶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슴 뛰는 곳에 살아있음의 기쁨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가슴 뛰는 순간들을 잘 발견하고 늘리려 한다.

 

우울함 속에서 살아있음에 대한 갈망이 생겼고 사는 이유에 대해서 많이 찾아 헤매었다.

우울함은 기쁨도 슬픔도 아닌 무감정임을, 고통도 기쁨도 없는 무의 세계임을 알게 되었다.

죽음보다 무서운 것이 허무라는 것을 절절하게 체감하면서, 공허하지 않기 위해 의미를 꽉 붙잡고 살고자 한다.

 

역설적이게도 당연시 회피하던 물리적 고통 속으로 들어갔을 때 더욱 더 살아있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내 모든 감각이 깨어나고, 이 순간이 유일하게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현재를 사는 그 생생한 감각 속에서 비로소 나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삶의 의미는 사랑하는 것에서 온다. 사랑하는 것에서 의미가 생긴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지만, 나는 의미를 찾다가 사랑을 발견했다.

물리적 고통 속에서 생생한 삶의 박동을 발견했듯이, 고통을 피하려 하면 사랑도 발견 할 수 없다.

살아있음의 밀도를 올리는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있었던 순간은 내 안에 진하게 남는다. 사랑의 순간이 그렇다.

사랑은 관계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의 감정은 그 순간 나를 바꾸고 되돌아갈 수 없도록 변화 시킨다.

그 변화는 깊숙이 자리 잡고, 나의 일부가 되어 남는다. 내가 진하게 사랑했던 의미는 영원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더 나의 마음 속에 뿌리내린다.

사랑은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나의 삶을 본질적으로 변화 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내가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작품을 만들 때, 나는 그것을 사랑하고 그 순간에 존재한다.

그것은 단순한 감정적 애착이 아니라, 깊은 몰입과 진정성으로 모든 걸 잊고 쏟아붓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작품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면서 나와 세상에 대한 시각과 생각들이 정리되며, 그 과정에서 나는 다시 의미들을 발견한다.

표현하고 싶은 것들은 애정 있는 것들이다. 그 사랑의 의미들을 작품에 담으면서 나의 의미들을 되새길 때 살아있음을 느끼고 기쁘다.

 

얼마 전에 읽은 소설에서 사랑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사랑은 책임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살아있음을 뜻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망각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지금 이 순간만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게 바로 사랑이다.”

 

사실 사랑이라는 것은 때로는 너무 무겁고 거창해서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것이 사랑이 맞는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그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순간을 진하게 사는 것이다. 그 순간만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사는 동안만, 나는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작업에 관하여

 

예술을 창작하는 행위는 내게 있어서 살아있음을 가장 강렬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감정과 의미는 복잡하고 다층적이지만, 그것이 예술로 표현될 때는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짧고 강렬한 순간들이 된다.

감상은 긴 문장이나 복잡한 서술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찰나의 인상과 순간적인 직관으로 다가온다.

나는 그런 순간들을 붙잡고 그 느낌들을 연결한다.

나의 내면에서 번뜩이는 이미지와 인상들을 담는 그 어떤 하나의 의미를 표현하면서 작품을 완성해간다.

 

창작을 하는 과정은 내가 살아있게 해주며 그 결과로 생긴 작품은 나에게 의미있는 것들을 담는 그릇이다.

그 의미들은 나의 삶으로부터 나오는 것들이며, 그것을 통해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비록 그 결과가 특별한 가치를 지니지 않을지라도,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살아있음의 의미를 발견한다.

 

나에게 남는 무언가 의미 있는 것들을 잘 담을 수 있는 방법들을 여러가지 시도해 보았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분야와 형태와 재료를 넘나들며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가까워 지려고 한다.

그러한 과정의 기록들과 결과물들이 나의 작품이 된다.

 

삶이 때로는 허무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무언가 본질적인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돈을 벌고, 외적인 성취를 이루어도 한 순간의 안심 뒤에는 공허함이 따라왔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들을 표현한 작품 만은 달랐다.

작품이 사회적으로 세속적으로 아무리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나에게 만큼은 깊은 의미를 가진다.

공허하지 않고 마음이 차는 느낌을 받는 것이 좋았다.

 

나는 겁이 많고 두렵지만, 기꺼이 고통 속으로 능동적으로 뛰어들어 기쁜 삶으로 가고자 다짐하며 작업을 한다.

그것들이 모여 내게 힘이 된다.

삶의 의미에 대해 찾아 헤매었던 과거의 나와 같은 이에게 나의 작업이 작은 힌트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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