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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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은 마치 화가의 그림처럼 다양하고 중첩적인 표현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감정을 한 캔버스에 그려냈다. 모든 표정이 한 캔버스 위에 그려져 있듯이 감정도 하나의 몸 안에 있다.
그리고 그 무수하고 다양한 조합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작품은 감정이 다양하면서도 중첩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우리가 삶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어느 순간에도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 순간도 끊임없고 변화무쌍하며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것이 인간의 감정이지만 현대인은 그것을 점차 죽여 간다.
감정이 없는 인간은 표정이 빛나지 않으며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다. 작가는 지금 당장 표현하라고 소리 지르며 보여준다.
놀라움의 색채는 삶이 가끔 예상치 못한 순간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뒤섞인 감정은 기쁨, 슬픔 같은 두 글자로 아주 깔끔하게 도려내어 네 변이 같은 정사각형의 틀에 집어 넣어 분류 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정의 한편에는 흥분과 호기심,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긴장이 어우러져 섞여있다.
이런 중첩된 감정은 우리가 두렵고 낯설고 새롭고 어쩌면 영원히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마주할 때 일어난다.
기쁨과 평화의 색채는 서로 어우러져 안정감을 주고, 보는 이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한다.
이는 행복한 순간과 평온한 시간이 함께 어우러져 존재한다는 현실을 나타낸다.
우리의 인생은 이러한 긍정적인 감정의 중첩으로 이루어져 있다.
많은 감정 중에서 유독 진하고 무거운 감정이 존재한다. 슬픔과 고독은 모든 감정을 소멸 시켜버리며 어둠과 무게감으로 가득차게 된다.
다른 표정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슬픔이 너무 아픔 이유다. 그러나 여기에도 희망의 빛깔이 서서히 스며들어 있다.
슬픔의 빛에 비추어진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다른 감정들의 선은 아직 슬픔이 다른 감정을 비출 수 있음을 암시한다.
너무나도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의 중첩과 상징이다.
분노와 혼란은 강렬한 색채와 치밀한 선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거나, 내적으로 혼란스러워 할 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의 중첩을 나타낸다.
너무나도 강한 감정이 휘몰아침과 동시에 모든 것이 휩쓸려가지 않도록 나를 잡아줄 한줄기의 안정감도 놓칠 수 없다.
분노와 혼란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그 때문에 그것을 잡아줄 닻 같은 평화도 함께 해야 한다.
감정이 빛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표현해도 살아 있지 않다. 표정을 가졌지만 빛나지 않는 감정은 죽은 것과 다르지 않다.
인간은 이미 모든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빛나는 감정을 만나지 못한다면 표현도 빛나지 못하고 죽는다.
정희주
13 1월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언뜻 보기에 얼굴을 그린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종이와 펜을 보지 않고 오직 대상에만 집중해서 그리는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을 연상시킨다.
엉킨 실타래를 풀듯 눈으로 색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저마다의 색은 저마다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나의 흔들리는 얼굴 속에 기쁨, 슬픔, 분노, 외로움, 평온함 등 다양한 감정이 들어 있다.
웃고 있는 이에게도 언뜻 슬픔을 볼 때가 있다. 지금 웃고 있는 얼굴이 가짜라는 말이 아니다. 그 한 번의 기쁜 미소를 짓기까지 지나간 시간의 슬픔과 외로움을 거쳐 왔을 것이다. 미소 속에는 지난 시간의 감정이 들어 있다.
분노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기쁨과 슬픔이 들어 있다. 간절히 바라는 기쁜 순간을 맞이하지 슬픔이 찾아오게 되고 그 슬픔을 감추고 싶어 부지불식간에 분노를 만들어 낸다. 슬픔은 나약한 것이기에 소외되고 만다.
평온함의 얼굴은 주변 사람들까지도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평온함은 무엇보다 진폭이 큰 감정이다. 평온함 속에는 기쁨과 슬픔 사이를 오간 깊은 혼란의 흔적이다. 그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을 때 맞이하게 되는 것이 평온함이다.
이렇듯 우리의 표정에는 다양한 감정이 들어있다. 드러날 때도 드러나지 않을 때도 하나의 감정은 또 다른 감정들로 인해 탄생하고 하나의 감정은 다른 감정을 감추고 있기도 하다.
‘감정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여러 감정이 중첩된 얼굴이 내게 말하는 것 같다. 콤플렉스 한 나를 해방시켜 달라고, 나의 감정을 읽어달라고, 혼란 속에서 제 얼굴을 찾아 달라고 말이다.
나는 다시 처음처럼 엉킨 실타래를 풀기 시작한다. 색을 따라 표정을 찾아가듯 내 마음속 결을 따라 지나온 감정, 숨겨온 감정의 기억을 찾아가 본다.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을 하듯, 내가 그리는 방식과 수준을 신경쓰지 않은 채, 오직 대상, 오직 감정에만 집중한 채 내게 보이는 감정에만 마음을 집중시켜 본다.
그렇게 나만의 ‘감정들’을 그려본다.